▲ 타타 한치선 심버스 칼럼니스트


가치가 있고 가격이 있다. 어느 것이 중요할까? 투자자는 대부분 가격을 중시할 것이다. 가격은 눈에 보이기 때문이다. 가치는 보이지 않는다. 그렇다고 가치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치가 없는 가격은 공갈빵처럼 겉으로는 커다랗게 부풀어 있을지 몰라도 그 속은 텅 비어 있어 실망으로 돌아오곤 한다.

눈에 보이는 것에 휘둘리는 것을 보고 현혹(眩惑)이라 한다. 그것은 헛것일 수도 있다. 수많은 투자자들이 오르고 내리는 가격의 불빛에 현혹되어 불나방처럼 뛰어들었다가 이내 소중한 자산과 멘탈을 바지직 태워버리곤 한다. 진정 중요한 것은 가치다. 가치를 볼 줄 아는 투자자는 반석 위에 선 것과 같아서 허무한 루머에 휘둘리지도 않을 것이고, 개미핥기용 보도에도 요동하지 않을 것이다.

코인의 가치는 무엇으로 판단할까?

코인의 가치를 형성하는 가장 큰 기준은 의외로 사소한 단어에 있다. 바로 ‘쓸모’와 ‘쓸데’가 그것이다. 그 코인이 쓸모가 있으며 쓸데가 있는가? 기존화폐든 가상화폐든 사용할 데가 없다면 아무 의미가 없다. 그런데 대부분의 암호화폐가 제대로 살아남지 못한 것은 쓸 실력과 쓰일 데를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선 무엇보다도 거래에 쓰이기에는 너무도 느리다. 비트코인으로 빵을 산다면 주문 후 1시간을 보내기 위해 목욕탕이라도 다녀오던가 해야 한다. 이더리움으로 빵을 산다면 4분을 때우기 위해 밀린 메일이라도 확인해야 할 것이다. 이오스로 빵을 산다면 주문 후 45초 여유가 있으니 화장실을 다녀올 시간을 벌 수 있다. 언젠가는 암호화폐의 거래 속도가 더 빨라질 지 모르겠지만 아직은 실물 거래에 쓰이기에는 거래 속도가 너무 느리다.

이 문제는 메이저코인들의 기본 합의구조를 바꾸지 않고서는 개선이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기존 대형 주주들이 그것을 허용하려 할지는 의문의 여지가 있다. 애초에 탈중앙화의 구조로 만들어지지 않은 코인의 경우는 스스로의 곶감을 빼서 세상에 나누기가 쉽지 않은 일이다.

현재 이더리움의 경우, 최초의 거래기록부터 전부 체인 속에 치렁치렁 짊어지고 다닌다. 그건 마치 신혼 시절의 가계부까지 전부 지게에 짊어지고 다니면서 시장을 보는 것과 같은 비효율이다. 이런 구조는 용량저장의 이슈로 이어지며 거래 속도 저하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된다. 그래서 기본 메인보드 자체가 판이하게 다른 ‘무언가’가 등장해야 하는 지도 모른다. 완전히 다른 패러다임 속에 다른 엔진구조를 가진 혁신적 블록 생성 컨센서스가 등장한다면 어떨까?

가령 컴퓨터는 신형일수록 대체로 성능이 좋으므로 가치가 있다. 블록체인의 세계도 당연히 그런 흐름을 보일 것이다. 때로는 기본은 그대로 두고 틀만 바꾸겠지만 어느 한계점에 이르러서는 기본 자체를 바꾸는 변화가 필요하다. 그것이 바로 혁신(革新)이다.

블록체인의 난제로 알려진 속도와 용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 기술이 바로 핵심가치가 될 것이라고 본다. 최근 정부에서도 이더리움에 견줄 대항마를 성장시키기 위해 국산 블록체인 기술을 개발 지원한다고 발표한 바 있다. 아주 빨랐다고는 볼 수 없으나 이제라도 그런 목표와 방향성이 결정된 것은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이제는 가격에 놀아나는 저급한 투기판을 막으려고만 하는 것을 넘어서 제대로 된 가치 프로젝트를 발굴하고 키우는 작업이 본격적으로 진행되기를 기대해본다.

천문학적 TPS를 달성했다고 내세우던 프로젝트들이 지금은 옛 유적지처럼 고요하기 이를 데 없다. 그게 무슨 의미가 있는가? 이제는 10만TPS, 100만TPS를 따지기 보다, 거래하는데 몇 초가 걸리는지가 훨씬 중요하게 와 닿는다. 국내 프로젝트인 심버스의 경우 최근 외부 테스터 수천 명에 의해 1초대의 블록 생성과 확정 속도를 보임으로써 큰 실용의 가능성을 보인 바 있다. 이처럼 속도가 받쳐줘야 ‘쓸모’가 있다.

그러면 ‘쓸데’는 어디서 구할까? 그것은 눈에 보이고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플랫폼이 형성되어 있어야 하는데 대표적인 것이 통합형지갑이다. 지갑의 기본적 보관과 전송기능은 물론이고 마켓과 거래소가 결합된 통합형지갑이야 말로 댑(DApp)과 파트너사들이 쉽게 문턱을 넘어 들어올 수 있는 마켓플랫폼이 될 것이며, 이는 앞으로 보편화될 모델이 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가치를 형성하는 또 하나의 중요 기준은 발행량과 유통량이다. 발행량이 수백억, 수천억 개가 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팔 물량이 많다는 뜻이고 팔고 나서 관리할 물량이 엄청나다는 뜻이다. 일반적으로 그 결과는 1원 이하의 먼지코인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쓸모와 쓸데를 찾지 못하면 점점 먼지화되다가 초미세먼지가 되곤 한다. 파는 데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고 가치를 올리는 데에는 반비례하는 방향성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10억 개 가량의 많은 물량을 가지면서도 그 안에서 보관용 물량이 많도록 구조화되어 있는 코인이 주목할 만 하다. 시중에 떠도는 물량이 희소해질수록 관리가 쉽고 가치가 올라가기 마련이며 그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기 때문이다.

이와 같이 가치가 실용적 ‘쓸모’와 ‘쓸데’를 가지고 앞장서서 자연스럽게 가격이 그 뒤를 따르게 되는 생태계가 자리잡아야 한다.

CCTV뉴스 조중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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